본문: 출애굽기 30장 17~38절
1. 오늘 본문에는 물두멍의 제작과 사용, 그리고 각종 향기름, 향의 제작과 사용에 대한 내용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성막과 관련된 내용을 부분적으로 살펴보면 종교적 행위를 위한 물품이나, 행위를 숭배하게 됩니다. 종교행위와 관련하여 종교 물품, 종교 형식 자체에 대한 숭배는 어느 종교에서나 나타납니다.
기독교라고 해서 예외가 아닙니다. 카톨릭은 두 말할 것도 없습니다. 개신교에서도 이런 경향이 나타납니다. 단적인 예로 ‘교회건축’을 ‘성전건축’이라는 종교적 표현을 사용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예수님께서 나의 모든 것을 대신해 제물이 되신 십자가를 붙잡고 묵상해야 합니다. 하나님의 어린 양, 그 아들 예수 그리스도께서 ‘십자가에서 완성하실 대속의 은혜’를 통해 ‘성막과 모든 성막의 물품들’을 바라봐야 합니다.
종교적 상징, 물품, 장소 혹은 종교 행위가 아니라 이 모든 것이 지금도 십자가를 통해 내 삶에서 이루어지고 있다는 믿음으로 묵상해야 합니다.
2. 오늘 본문에 기록된 ‘물두멍’은 말그대로 물을 담아 놓은 큰 그릇입니다. 그것의 재료, 모양, 크기보다 근본적인 목적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씻음! 씻어내기 위해 물두멍이 있는 것입니다.
제사장은 종교 예식의 한 과정으로 물두멍에서 손을 씻은 것이 아닙니다. 죄인대신 드려질 제물을 죽이고, 각을 떴습니다. 번제단에서 그것을 태웠습니다. 그 모든 과정을 거친 다음 손을 씻었습니다.
그 한 과정, 한 과정을 영혼의 무게감, 전인격을 쏟은 영적 집중으로 행했다면, 물두멍 앞에 서서 손을 씻는 마음은 달랐을 것입니다. 피와 재, 땀이 씻겨 나가는 물두멍의 수면 위에 자신의 눈물도 떨어졌을 것입니다.
우리는 분명, 예수 그리스도께서 십자가에서 완성하신 대속의 은혜, 나 대신 죽으시고 부활하신 은혜를 믿고 예배 드립니다. 그렇게 삶의 예배를 드리며 살아갑니다. 기쁨과 능력으로 살아갑니다.
여기서 문득 이런 질문을 해봅니다. 예수님께서 십자가를 통해 죄악을 씻어내신 그 일을 묵상할 때마다 ‘십자가 위에 내 전인격의 눈물이 흐르고 있는가?’라는 질문 말입니다.
우리가 이 땅에서 드리는 예배는 그대로 내버려두면 익숙해집니다. 우리가 구원을 받고,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새생명을 얻었지만, 여전히 육체라는 한계를 잊어서는 안 됩니다.
새로운 형식, 도구, 방법 등을 찾으라는 말이 아닙니다. 물론, 그런 것도 필요할 경우가 있습니다. 하지만, 결국 식상한 것이 됩니다. 대표적인 것이 ‘기독교 음악’입니다. 음악적 유행(?)에 영향을 받습니다.
3. 십자가 앞에서 서는 것은 아픈 것입니다. 자기가 너무 드러나서 부끄럽습니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스스로 십자가는 ‘종교 상징’이라는 것을 증명하는 것입니다.
무엇보다 하나님은 예수님과 함께 십자가에 자아를 못박은 우리를 아픔과 수치, 고통에 내버려두지 않으십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생명의 능력, 생명의 향기로 덮어 주십니다!
그렇습니다. 이 모든 속죄의 과정이 끝난 사람은 ‘거룩한 향기’가 가득한 성막 안으로 들어갈 수 있습니다. 그 안에서 하나님을 만나고 나온 ‘제사장’의 몸에는 아름다운 향이 가득했을 것입니다.
우리는 ‘분향단’에서 피어 오르는 연기를 생각하면서 ‘기도가 향의 연기처럼 올려진다’라는 생각을 합니다. 어떤 부분에서는 맞습니다. 틀렸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복음송 가사에도 있습니다.)
그러나, 향의 기본적인 목적은 냄새를 감추는 것입니다. 오늘날은 향기로 자신을 뽐내는 것이지만, 원래 향이 개발된 이유는 냄새를 덮어서 감추기 위한 것입니다. 그래서 38절에 ‘냄새를 맡기 위해 향을 만들지 말라’고 말씀하신 것입니다.
4. 속죄의 제사를 드린 후 제사장은 물두멍에서 손을 씻습니다. 그리고 거룩한 향이 태워진 연기로 가득한 성막으로 들어갑니다. 온 몸에 베인 피비린내와 고기 타는 냄새는 성막 안의 향기로 가려집니다.
이것이 예표하는 바, 가리는 것이 무엇이겠습니까? 하나님을 떠나 이미 죽은 나, 썩어서 냄새나는 나를 대신해서 예수님께서 십자가에서 죽으시고, 부활하셨습니다. 그렇게 우리를 예수 그리스도의 생명과 향기로 뒤덮어 주신 것입니다.
우리를 덮으시는 예수 그리스도의 은혜와 생명, 그 향기가 저와 여러분의 삶에 가득하길 축원합니다.
지민철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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